어릴 때 동생 퍼즐 조각을 몇 개 숨긴 적이 있다.
동생이 퍼즐을 맞추고 있으면 몰래 몇 조각을 빼서 다른 데 넣어 뒀다. 다 못 맞추게 하려고. 왜 그랬는지는 묻지 말자.
지금 생각해도 이만큼 확실한 방해가 없다. 퍼즐은 몇 조각만 없어도 끝이 안 난다. 나머지를 아무리 잘 맞춰도 소용없다.
그런데 동생은 포기하지 않았다. 다른 퍼즐 상자를 뒤져서 모양도 그림도 안 맞는 조각을 가져오더니, 빈자리에 억지로 꾹꾹 눌러 끼웠다.
어쨌든 빈칸은 다 채웠다.
사전에서는 퍼즐을 "사람의 창의력이나 지식을 시험하는 게임, 문제 또는 장난감"이라고 한다. 창의력만 놓고 보면 그날 동생은 꽤 잘했다. 근데 퍼즐은 답이 하나다. 그 자리에 들어갈 조각은 딱 하나뿐이라, 아무리 머리를 써서 끼워 넣어도 정답이 아니다. 그날 동생 점수는 빵점이었다.
게임 기획을 공부하면서 가끔 이 일이 생각났다. 사람들은 왜 돈까지 내 가면서 이런 시험을 볼까. 막히면 짜증 나는데, 다 끝내면 또 다음 걸 산다. 아마 마지막 조각을 끼우는 그 순간 하나 때문일 거다. 그 순간을 뺏으면 얼마나 열받는지는... 잘 알고 있다.
그래서 퍼즐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찾아봤다.
처음 팔린 직소 퍼즐은 1760년대 영국에서 나왔다고 한다. 존 스필스버리(John Spilsbury)라는 지도 제작자가 나무판에 지도를 붙이고 나라 경계선을 따라 잘라서 만들었다. 애들 놀라고 만든 게 아니라 지리 공부시키려고 만든 거였다.

존 스필스버리의 직소 퍼즐 「Europe divided into its kingdoms」(1766), 영국도서관 소장
출처: Wikimedia Commons · 저작자: John Spilsbury (영국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제공) · 라이선스: CC0 1.0
퍼즐의 시작은 놀이가 아니라 공부였다.
물론 그때도 누군가는 조각을 숨겼을 거다.
공부하라고 만든 지도 퍼즐이 어쩌다 1000피스짜리 취미가 됐는지, 크로스워드랑 루빅스 큐브, 테트리스는 또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궁금해졌다. 그래서 퍼즐을 종류별로 하나씩 뜯어보기로 했다. 이름은 "퍼즐 해부학".
지뢰 찾기가 퍼즐이 맞는지도 언젠가 한번 따져 볼 거다.
다음 편은 직소 퍼즐이다.
AI : 참고로 저는 직소 퍼즐을 맞춰 본 적이 없습니다.
나 : 넌 손이 없잖아.
출처
- 이미지: Spilsbury jigsaw - John Spilsbury, 1766 - BL — John Spilsbury / British Library, Wikimedia Commons, CC0 1.0
- 참고: Wikipedia — Jigsaw puzzle
- 자료 조사는 AI(Claude) 도움을 받았고, 직접 수정하였습니다.